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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3
[제약산업 용어 상식] 원료의약품
2022.06.13 URL복사

최근 미국, 유럽,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원료의약품 자국화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요! 이러한 움직임이 시작된 이유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수출하는 주요 국가들이 원료의약품의 공급을 멈추면서 이를 수입하던 나라에서는 의약품 자체를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졌죠. 

그래서 이번 <제약산업 용어 상식>에서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원료의약품이란 무엇이며, 각 나라가 원료의약품의 자국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 나아가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시장의 현황과 향후 방안에 대해 두루두루 살펴보겠습니다!

원료의약품이란?

원료의약품(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은 합성, 발효, 추출 또는 이 방법들의 조합에 의해 제조된 물질로,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원료입니다. 쉽게 말해 의약품에 주성분으로 들어가는 원료를 뜻하는데요. 예를 들면, 시중 약국에서 판매하는 해열진통제는 완제의약품이라 할 수 있고, 해열진통제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등은 원료의약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원료의약품의 자국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원료의약품은 자급률이 낮고, 수입 비중이 높을수록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수급 불안정’인데요. 일례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 원료의약품의 수급이 불안정해 주요 의약품들의 생산을 중단한 일화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실제 코로나19 발발 이후, 중국, 인도 등 세계 원료의약품 공급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의 수출 제한으로 한국을 비롯한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의료의약품 공급망이 마비되기도 했는데요. 이 일을 계기로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원료의약품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데 힘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원료의약품 해외의존도가 높은 미국은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진정제 등의 품귀현상을 겪으며 앞으로 다른 나라에 수급을 의존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 마련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죠. 

중국과 인도는 가격경쟁력이 중요한 원료의약품 부분에서 과·독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느슨한 환경 규제로 인해 2000년대 초반부터 높은 성장세를 지속해왔으며, 특히 중국은 규모의 경제에 기반해 시장 점유율을 지속해서 늘려오고 있습니다. 세계 원료의약품 공급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인도 역시 약 70%에 달하는 원료의약품을 중국에서 수입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입니다. 

수급 문제 외에도 품질관리도 문제입니다. 낮은 품질로 건강을 위협할 수준의 심각한 문제가 원료의약품에서 발견돼 수입을 중단하기도 하는데요. 지난 2018년에는 고혈압치료제인 발사르탄 성분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돼 식품안전의약처에서 해당 물질을 이용해 만든 완제의약품 생산과 판매를 중지시키며 국내 제약 업계가 큰 곤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주요 생산국에서 가격경쟁력 우위로 과·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갑작스럽게 몇몇 품목의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기도 하는데요. 이렇듯 의약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주성분인 원료의약품의 해외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국내 의약품 생산과 공급에도 비상이 걸립니다. 전 세계가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산업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제약회사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병원이나 약국에서 접할 수 있는 완제의약품을 주로 생산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완제의약품 자급률은 평균 75%에 달할 정도로 높습니다. 하지만 완제의약품을 만들 때 중요하게 사용되는 성분, 즉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도 되지 않는데요. 최근에는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더 빠르게 줄어들며 해외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주로 중국, 일본, 인도 등에서 원료의약품을 수입합니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많은 원료의약품을 들여오는데요. 이는 국내에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의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것이 완제의약품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원료의약품 시장 규모는 35억 달러(한화 4조 3,000억여 원)로,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앞서 말한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려면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매우 중요합니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보건정책 운영을 위해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원료의약품 품목별 수입 집중도를 분석해 자급화 우선 품목을 지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국내외 원료의약품 지원정책 연구’를 통해 항생제, 항균제, 국가필수의약품, 식약처 지정 품목, 중국과 인도의 의존 품목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도출한 자급화 우선 품목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반으로 자국에서 직접 원료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기초·원천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모든 제조 과정에 걸쳐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만든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기업에는 약가 및 조세 우대를 적용하거나, 연구개발(R&D)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통해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원료의약품 수출입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해외로 원료의약품을 수출하는 기업에는 다양한 혜택을 주는 산업 육성 정책 등도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는 방안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원료의약품 국제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료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과 관리 능력 향상, 제조품질 확보 등을 통해 세계 제약산업에서 으뜸가는 우리나라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