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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0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 프로바이오틱스
2022.06.20 URL복사

우리 몸의 배변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장(腸)! 

여러분은 장이 사람의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믿기 어렵겠지만 이는 사실입니다. 일명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은 뇌와 장에서 분비되는데요. 놀랍게도 90%는 장에서 만들어진다고 해요. 뇌에서 분비하는 양보다 약 9배는 많은 것이죠! 

게다가 장은 ‘면역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죠! 장에는 우리 몸속 면역 세포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어 장 건강이 약해지면 면역력도 낮아지게 됩니다.  

이토록 중요한 우리 장을 건강하게 해주는 세균이 있는데요! 바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신체로 들어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이 잘 자라도록 만들어주는 살아있는 세균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한 마디로 유익균의 먹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유산균이 대표적이죠. 

오늘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에서는 이처럼 장 건강과 밀접한 ‘프로바이오틱스’에 관련한 흥미로운 역사적 이야기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끝까지 잘 따라와 주세요!

인류의 역사를 바꾼 루이 파스퇴르의 ‘저온 살균법’

1856년 프랑스에서 한 와인 제조업자가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를 찾아가 정중한 부탁을 했습니다. 이 부탁은 인류의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데요.

와인 제조업자의 부탁은 간단했습니다. 숙성 중인 와인의 맛이 시큼하게 변한 탓에 그 원인을 밝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파스퇴르는 현미경으로 와인의 화학성분 분석을 시작하는데요. 그 결과 상한 와인 속에서 ‘효모’와 효모보다 더 작은 세균성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 미생물은 ‘젖산’이었는데요. 파스퇴르는 이 실험을 통해 맛있는 와인은 효모에 의해서 발효가 되지만, 쓴맛이 나는 와인은 효모가 아닌 젖산에 의해 발효된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는 발효연구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1866년에는 <포도주의 발효>라는 논문을 발표하는데요. 이 논문에서 그는 “신맛이 나는 상한 와인은 불필요한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나쁜 맛이 나는 와인을 만드는 미생물(젖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여러 실험을 거쳐 나쁜 미생물 없애는 방법을 찾아내는데요. 숙성된 와인을 55~60℃의 고온에서 가열하면 와인을 상하게 하는 미생물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양조업자는 와인의 맛을 지켜낼 수 있게 됐는데요. 바로 ‘저온 살균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파스퇴르가 개발한 저온 살균법은 와인뿐만 아니라, 우유 같은 신선식품도 오랜 시간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저장기간이 길어지자 먼 거리까지도 수출이 가능해졌죠. 그렇게 프랑스 와인 산업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됐고, 인류의 식생활은 오늘날과 같이 바뀌게 됐습니다. 

‘자연발생설’을 부정하고 ‘생물속생설’을 주장한 파스퇴르

파스퇴르는 발효연구를 하면서 ‘생물은 생물에서 발생한다’는 ‘생물속생설’을 주장했는데요. 그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생물이 무생물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다’는 ‘자연발생설’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썩은 음식물에 꼬인 파리는 썩은 음식물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고, 사람 몸속 기생충도 특정한 사람의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이라 믿었죠.

그는 이와 같은 ‘자연발생설’을 부정하고, ‘생물속생설’을 증명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먼저 그는 목을 S자로 구부린 플라스크를 준비했습니다. 공기는 플라스크 안으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공기 중의 미생물은 구부러진 부분에 갇혀 플라스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죠.

파스퇴르는 플라스크 안에 미생물 성장의 영양분인 고기즙을 넣고 팔팔 끓였는데요. 일주일이 지나 관찰해보니 고기즙에서는 아무런 미생물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목을 잘라버리거나, 옆으로 기울여 용액을 미생물이 붙잡힌 입구 부위에 접촉시킨 플라스크에서는 미생물이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로써 “생명은 이미 존재하는 생명에게서 나온다”는 생물속생설을 입증해낸 것인데요! 파스퇴르가 주장한 ‘생물속생설’을 통해 근현대 생물학은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됩니다.

‘생물속생설’을 최초로 주장한 사람은 파스퇴르가 아니다?!

하지만 파스퇴르와 유사한 실험을 200년 앞선 1600년대 초중반에 진행한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기생충학자, 프란체스코 레디(Francesco Redi)입니다. 그는 오랜 세월 곤충과 기생충을 관찰하며 복잡한 생명체들이 무생물에서 생겨날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는데요.

그는 죽은 뱀 몇 마리를 밖에 내놓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죽은 뱀은 구더기로 뒤덮였지만, 살점이 대부분 사라지자 구더기도 함께 사라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더기로 뒤덮인 죽은 뱀을 상자에 담고 출구를 빈틈없이 막았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구더기들은 움직임을 멈추고, 쪼그라드는 알처럼 변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번데기인데요. 레디는 이 알들을 추려내 다른 상자에 넣었습니다. 일주일 후엔 알이 깨지며 파리가 빠져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레디는 이 실험을 통해 “썩은 고기(죽은 뱀의 살점)에서 나타난 구더기는 파리가 낳은 무언가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지, 단지 고기가 썩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도출합니다.

그는 이 실험 결과로 “생물은 생물에서 나온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고 또 한 번의 결정적인 실험을 합니다. 이번에는 소고기 조각, 죽은 뱀, 물고기 같은 재료를 주둥이가 넓은 플라스크 안에 따로 넣어두고 먼지 하나 들어가지 않도록 입구를 단단히 막았습니다. 대조군으로 같은 재료를 똑같이 생긴 플라스크 안에 넣었습니다. 다만 입구는 막지 않고 열어 두었는데요. 시간이 지나자 입구가 열린 플라스크에는 구더기가 꼬였고, 입구를 막은 플러스크에서는 구더기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파리가 알에서 구더기로, 구더기에서 번데기로, 번데기에서 파리로 변하는 과정을 일일이 기록해 파리가 낳은 알이 다시금 파리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하지만 당시는 현미경이 없던 시기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알이나 유충을 확인할 길이 없었죠. 따라서 여러 실험을 진행했음에도 레디의 주장은 힘을 받지 못했습니다. 

‘균 먹는 균’으로 밝혀낸 면역의 세계

생물학자인 일리야 메치니코프(Ilya Ilich Mechnikov)는 러시아(현재는 우크라이나 지역) 출신으로 1882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당시 불가사리가 먹이를 소화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그는 투명한 불가사리 유충을 통해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데요. 

하루는 불가사리 유충에 커민가루(색이 있는 향신료)를 주입하고 현미경으로 관찰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특정 세포가 커민가루를 먹어 치워 흔적도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깜짝 놀란 메치니코프는 다음 실험에서 불가사리 유충에 장미 가시를 찔러 넣었는데요. 가시 주위로 특정 세포가 몰려드는 걸 관찰하게 됩니다.

메치니코프는 몸에 침입한 세균을 잡아먹는 이 특정 세포에 ‘식세포(phagocyte)’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먹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phagein과 ‘세포’를 뜻하는 그리스어 cyte를 합성한 말이었죠. 그는 이러한 현상이 사람에게도 나타날 것이라 생각하고, “우리 몸의 식세포(백혈구)도 틀림없이 인간을 보호할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이 주장은 오늘날 생물학 용어로 ‘선천성 면역’, 다시 말해 ‘면역’의 개념이 됩니다. 

하지만, 당시 독일 과학자들은 메치니코프의 주장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외부의 비난에도 메치니코프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고 1908년 ‘식세포에 의한 세포 면역설’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게 됩니다. 메치니코프의 ‘백혈구 식세포작용’ 발견으로 아주 오랜 세월 아무도 알지 못했던 면역의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에서 ‘수명 연장’의 꿈을 발견한 메치니코프

이후 1890년대, 메치니코프는 인간 수명 연장에 관심을 두고 장 속 세균에도 주목하게 됩니다.

그는 인간에게 노화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를 몸에 쌓인 ‘독소’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독소는 장 속 나쁜 세균이 번식해 발생하는 부패 성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장에 살고있는 유해한 세균들이 독소를 생성해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고 노화를 가속시킨다는 것이었죠. 

그래서인지 1904년 파리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는 ‘노화’를 ‘만성 감염질환’으로 정의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노화를 늦추려면 장 속 나쁜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장 속에 유익한 세균인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을 주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유산균은 장에서 젖산을 유익한 균이 증가할 수 있도록 산성으로 변화시켜 주는 균입니다. 

그는 장수하는 사람이 많은 불가리아의 노인들이 유산균 발효유를 자주 마신다는 사실을 알고 유산균 발효유와 장수와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에 몰두했는데요. 실제로 자신이 직접 만든 시큼한 유산균 발효유를 매일 마시며 수명 연장의 꿈을 이어 나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메치니코프는 71세까지 살았는데, 당시에는 장수한 편에 속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프로바이오틱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오늘날 프로바이오틱스가 일상에서 익숙한 건강기능식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많은 과학자의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오늘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는 메치니코프의 전기  『메치니코프와 면역』을 저술한 이스라엘의 과학저널리스트 루바 비칸스키(Luba Vinkhanski)의 한 마디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메치니코프가 죽은 지 한 세기가 지났지만, 미래는 여전히 그의 앞에 놓여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