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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 당뇨병 약
2022.12.08 URL복사

올해는 인슐린 발견 101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인슐린이 발견되기 전까지 당뇨병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죽음의 병’이었습니다. 별다른 당뇨병 치료법이 없던 시대에는 무리하게 식사를 제한해 기아 상태에서 겨우 목숨을 유지하거나, 감염이나 실명과 같은 여러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0세기, 인류는 인슐린을 발견합니다! 이후 당뇨병은 더이상 ‘죽음의 병’이 아닌 ‘관리할 수 있는 병’으로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당뇨병 치료 시대의 문을 연 인슐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견됐을까요? 이번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에서는 흥미진진한 인슐린의 역사에 대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기원전 16세기, 고대 이집트와 인도에도 기록된 당뇨병

당뇨병은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인류를 괴롭혀 왔습니다. 당뇨병에 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1500년경에 쓰여진 이집트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당뇨병을 ‘오줌이 많이 나오는 병’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고대 인도의 시집 「아유르베다(Ayurveda)」에도 당뇨병에 관한 언급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줌을 많이 누고 심한 갈증을 호소하면서 점점 쇠약해지는 병에 걸린 환자가 소변을 보면 개미와 벌레들이 그 주위로 유난히 많이 들끓는다.” 

하지만 인류는 20세기 인슐린을 발견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치료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최소한의 탄수화물만 섭취하는 엄격한 식단 조절이 가장 널리 행해진 치료 방법이었죠. 그래서 당시 1형 당뇨병 환자의 기대 수명은 32살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수많은 학자들이 당뇨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췌장과 당뇨병 사이에 뭔가 있다?!

1709년, 스위스의 해부학자 요한 브루너(Johann Conrad Brunner, 1653~1727)가 최초로 췌장과 당뇨병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개의 췌장을 떼어내면 당뇨병의 증상인 심한 갈증과 다뇨증이 나타나는 것을 관찰했기 때문이죠. 

이후 1869년, 독일의 의사 파울 랑게르한스(Paul Langerhans, 1847~1888)가 현미경으로 췌장을 관찰하며 섬처럼 떨어진 세포 집단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이후 이 세포 집단에서 탄수화물 대사를 조절하는 내분비 물질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관찰되었고, 최초 발견자인 랑게르한스의 이름을 따서 ‘랑게르한스섬’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당뇨병 치료 시대를 연 ‘인슐린’의 발견

이후 1921년,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존 매클라우드(John Macleod,1876~1935) 교수의 실험실에서 외과의사 프레더릭 밴팅(Frederick Banting,1895~1941)은 당시 의대생이던 찰스 베스트(Charles Best, 1899~1978)와 함께 실험을 시작합니다. 

밴팅은 췌장에 있는 랑게르한스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당뇨병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며칠 동안 개의 췌장관을 묶어두었다가* 랑게르한스섬으로부터 추출한 물질을 당뇨병에 걸린 개에게 주사하는 실험을 여러 차례 반복했습니다. 그 결과 추출물을 주입한 개의 혈당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추출물의 이름은 라틴어로 ‘섬’을 뜻하는 ‘insula’에서 따온 ‘인슐린’이 되었습니다. 밴팅과 베스트는 이 실험 결과를 1922년 2월호 「실험 및 임상의학」잡지에 ‘췌장의 내분비’라는 제목으로 게재하고 학회에 발표합니다.

*췌장관을 묶으면, 췌장이 수축돼 소화액 분비 기능을 잃지만 랑게르한스섬은 그대로 남아 있는 점을 이용함

1922년, 세계 최초로 정제 인슐린 주사를 맞은 사람은 토론토 대학병원에 입원한 13살 레너드 톰슨(Leonard Thompson)입니다. 당시 톰슨은 당뇨병을 앓고 있어 기아 상태에 가까울 정도로 뼈와 가죽만 남아 있었죠. 그러던 중 아이가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부모는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고 사람에게는 한 번도 시도한 적 없던 인슐린 치료에 동의합니다. 1922년 1월 11일 인슐린을 주사한 톰슨의 혈당은 24시간이 지나자 정상 수치로 돌아왔고, 27살 폐암으로 사망하기까지 13년을 더 살 수 있었습니다.

밴팅과 베스트는 인슐린의 효과를 입증하기에 더없이 좋은 톰슨의 임상시험 결과를 캐나다 의학 협회 저널(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에 발표합니다. 이는 당뇨병 치료에 혁신을 불러온 연구로 인슐린 발견 공로를 인정받아 192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또한, 매년 11월 14일은 세계 당뇨병의 날(World Diabetes Day, WDD)입니다. 이 날은 세계당뇨병연맹(IDF)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인류에게 당뇨병 치료의 새 시대를 열어준 밴팅의 생일을 기념하여 지정한 날입니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당뇨병 치료제

인슐린이 발견된 이후 당뇨병 환자의 생존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이에 맞추어 인슐린 제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죠!

초기에는 소와 돼지 등 동물의 췌장에서 추출한 인슐린을 당뇨병 치료에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동물에게서 추출한 인슐린은 민감한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단백질인 인슐린은 아미노산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사람과 동물의 아미노산은 배열 순서가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을 일으킨 것이죠.

1959년,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Frederick Sanger, 1918~2013)는 소의 인슐린을 통해 아미노산의 배열순서를 완전히 규명했습니다. 이후 처음으로 인간 인슐린이 화학적으로 합성됐습니다. 1970년대 이후에는 DNA의 특정 부위를 잘라 다른 부위에 붙이는 유전자 공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유전자를 재조합한 안전한 인간 인슐린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지금도 이러한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비율로 혼합 제조된 인슐린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인슐린 외에도 SGLT-2 억제제, GLP-1 유사체, DPP-4 억제제 등 새로운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들이 개발되면서 당뇨병 치료제는 아직도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당뇨병에는? ‘경구용 혈당강하제’

당뇨병은 인슐린이 처음 개발된 이후로 많은 이들의 혈당을 낮춰주며 수명 연장의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 인슐린에 반응하지 않는 당뇨병이 발견됩니다.

1959년, 미국의 의학 물리학자 로절린 서스먼 앨로(Rosalyn Sussman Yalow, 1921~2011)와 미국의 의사 솔로몬 베르손(Solomon Berson, 1918~1972)이 제2형 당뇨병의 기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방사선면역측정법(radio-immuno assay, RIA)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앨로는 방사선면역측정법(RIA)을 이용하여 인슐린에 반응하는 제1형과 그렇지 않은 제2형을 정확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었죠. 

이렇게 인슐린에 의존할 수 없는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인슐린 대신에 식이요법, 운동요법 그리고 ‘경구용 혈당강하제’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경구용 혈당강하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ㅁ 비구아나이드(biguanide)

중세 이래로 서양에서는 최유 클로버가 당뇨병의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1920년대에 여기서 추출한 갈레진(galegin)이라는 식물성 알칼로이드를 추출해 동물에게 줬더니 혈당이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나아가 1926년, 여기서 신탈린(synthalin)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사용했지만 간독성이 확인되어 판매가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1950년대에 갈레진에 함유된 구아니딘(guanidine)의 유도체인 비구아나이드(biguanide) 계열 약물인 펜포르민(phenformin)과 메트포르민(metformin)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펜포르민은 락트산혈증과 같은 부작용으로 폐기됐지만, 메트포르민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약으로 2형 당뇨병 환자의 1차 약물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ㅁ 설폰우레아(sulfonylurea)

1942년, 몽펠리에대학의 잔보른(MJ Janbon) 교수는 장티푸스를 치료할 설파계열의 항생물질을 연구했습니다. 이때, 이소프로필티오디아졸 유도체(isopropylthiodiazole, IPTD)를 만들어내지만, 이 물질로 임상 실험을 하던 중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는 했습니다. 사경을 헤매던 일부 환자에게 포도당을 정맥 주사하여 목숨을 건지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런 특이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 실험을 해 보았던 잔보른은 항생제의 부작용으로 저혈당 쇼크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습니다. 

이후, 1954년에도 설파계열 항생제를 개발하는 실험 도중에 역시 저혈당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이 또 발견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당뇨병 치료제로 그 용도를 바꾸어보았습니다. 이렇게 탄생된 약이 최초의 설폰우레아 계열인 카르부타미드(carbutamide)입니다. 

여기서 부작용을 개선하여 실용화된 약물이 바로 클로르프로파미드(chlorpropamide)와 톨부타미드(tolbutamide)로 각각 1956년과 1957년에 발매되었습니다. 항생물질에서 유도되었지만 톨부타미드는 카르부타미드와는 달리 항균능력이 없어 인체에 사용해도 내성균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ㅁ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α-glucosidase inhibitor), 티아졸리디네디온(thiazolidinedione)

1990년에는 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억제하는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α-glucosidase inhibitor)인 아카보스(acarbose)가, 1999년에는 말초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약하게 만드는 티아졸리디네디온(thiazolidinedione)이 미국에서 발매되었습니다.

ㅁ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2006년 처음으로 허가된 후로, 많은 개발을 통해 널리 사용 중인 DPP-4 억제제는 탄수화물 섭취 시 장내 분비되는 체내 글루카곤양 펩티드(GLP-1)의 분해를 억제하여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물입니다.

이후 2013년에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 판매가 시작된 SGLT-2 억제제는 DPP-4 억제제와 다르게 비인슐린의존성 당뇨병 치료제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신장의 포도당 재흡수를 저해해 포도당 배출을 촉진시켜 혈당을 강하시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DPP-4 억제제 시장 규모는 감소한 반면, SGLT-2 억제제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치료제이나 대부분의 경구용 혈당강하제와 병용 요법이 가능한 점, 혈당 강하 효과는 물론이고 체중 감소 효과, 혈압 감소, 심혈관 질환 발생을 감소시키는 이점이 있어 국내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당뇨병 약의 발전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당뇨병 치료 시대’가 열리면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치료 방법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웅제약도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당뇨병 신약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