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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2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 위장약
2022.09.22 URL복사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한국인들은 위장 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소화불량, 속 쓰림,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위염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정도로 흔한 질환인데요. 이렇게 위와 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찾는 약, 바로 ‘위장약’이죠. 

이번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에서는 한번 걸리면 쉽게 낫지 않는 위장 질환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해준 ‘위장약’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과거 위장약이 없던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위장약은 인류와 함께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요?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시죠!

위장약으로 쓰인 다양한 음식들 – 포도주, 카카오, 콜라

서양에서는 고대 문명부터 포도주가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고 믿었습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위장병을 비롯해 두통, 신경통 등 여러 병에 포도주를 치료제로 사용했는데요. 포도주와 위장 질환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상 여러 곳에서 발견됩니다. 성경에도 포도주를 치료약으로 언급한 구절이 있죠.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위장과 자주 앓고 있는 병을 고치기 위해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 – 디모데전서 5장 23절

고대에 포도주를 치료약으로 사용한 것은 포도주가 살균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성분과 우리 몸에 필요한 미네랄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포도주는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역사해오며 각종 질병을 다스리는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는 영양이 풍부하고, 노화 방지에 좋은 항산화물질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카카오는 마야, 아즈텍 문명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16세기 초반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테스(Hernan Cortes, 1485~1547)가 아즈텍을 정복하면서 카카오를 음료로 마시는 방법을 발견하게 되고, 카카오 빈을 귀족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본격적으로 유럽에 전해졌습니다.

16세기 후반 스페인에서는 카카오를 음식이 아닌 약으로 분류해 사용했습니다. “카카오의 씁쓸한 성분이 소화를 촉진한다”는 스페인 의사 후안 데 카르데나스(Juan de Cardenas, 1563~1609)의 주장으로 귀족들은 거품이 나는 코코아 음료를 소화제로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카카오는 우리가 아는 ‘초콜릿’으로 탄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약으로 활용돼 왔는데요. 19세기 후반, 약국에서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의 형태로 초콜릿 시럽이 판매됐으나, 약에 함유된 원료를 표기해야 하는 법률의 시행과 초콜릿 바의 탄생으로 점차 초콜릿은 약의 개념에서 간식의 개념으로 변하게 됐다고 합니다. 

  •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나, 더운 날 갈증 해소가 필요할 때 즐겨 찾는 ‘콜라’
  • 그런데 단순히 음료로 알려진 콜라가, 사실은 소화제로 개발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콜라의 시초는 미국의 약사 존 펨버턴(John Pemberton, 1831~1888)이 개발한 소화제입니다. 그는 페루, 볼리비아 원주민들이 소화제로 사용하던 코카잎을 주재료로 다양한 약재와 탄산수를 섞은 약을 판매했는데요. 이후 사업가 아서 챈들러(Arthur Chandler, 1851~1929)가 제조법을 사들여 제품으로 생산한 것이 오늘날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코카콜라’의 기원이 되었답니다.

인류 최초의 약물 설계 위장약, 시메티딘

최초의 약물 설계 위장약은 ‘시메티딘’입니다. 시메티딘은 위장 질환 치료에 혁명을 가져왔는데요. 

1970년대, 고혈압약을 연구했던 영국의 약리학자 제임스 블랙(James Whyte Black, 1924~2010)은 심장에 있는 특정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차단해 신약을 개발했던 아이디어를 위장약에도 적용했습니다. 약 10년 동안 위산 과다분비 억제제를 연구한 끝에 1972년 개발한 화합물이 바로 ‘시메티딘’ 인데요. 시메티딘은 위에서 분비되는 히스타민2 수용체를 억제하는 최초의 H2 수용체 길항제로, 독성검사와 임상시험을 거쳐 1976년 영국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시메티딘은 위궤양이나 십이지장궤양을 치료하는 획기적인 치료법이었습니다. 이후 1979년까지 시메티딘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판매되었고, 미국, 캐나다 등 몇몇 국가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처방 제품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블랙은 1988년 노벨 생리학을 받았습니다.

위궤양의 주범, 위 속에 살아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발견

1979년, 호주 병리학자 로빈 워런(John Robin Warren, 1937~)은 내시경을 마친 위염 환자의 위점막에서 나선형 막대 모양의 세균을 발견했습니다. 워런은 이 세균이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일거로 추정했고, 이를 흥미롭게 여긴 호주 생리학자 베리 마셜(Barry J. Marshall, 1951~)은 이 세균을 다양한 조건에서 배양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배양에 실패했죠. 

1982년, 우연히 세균을 어둡고 습기가 많은 조건에 그대로 방치했던 마셜은 한천 배지에 균집이 형성된 것을 발견하고 균의 배양조건을 확립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100명의 위장 장애 환자들의 조직을 검사한 결과, 위궤양 환자 80%, 십이지장궤양 환자 100%, 정상인 사람 50%가 이 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 후 1987년, 실험적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현미경을 고배율 전자현미경으로 바꾸면서 이 세균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새로운 균주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1982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궤양의 주범으로 밝혀지기 이전에는 위궤양이 스트레스나 위산 때문에 발병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주요 원인이 밝혀진 것은 물론, 위암 발병률 역시 현저히 낮아지게 됐죠. 워런과 마셜이 제시한 위장병 치료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현대 의학은 점점 더 발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위장약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치료제가 없던 시절 사람들의 위장을 달래줬던 음식부터, 현대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위장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쓰고 있는 오늘날까지! 

위장약과 함께한 오늘의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 어떠셨나요? 우리가 몰랐던 약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앞으로도 대웅제약 뉴스룸을 자주 방문해주세요! 대웅제약 뉴스룸은 더 유익하고 재미있는 주제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