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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1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 항바이러스제
2022.08.31 URL복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류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19에 이어 ‘원숭이 두창’이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는 상황인데다, 최근에는 동물과 사람에게 모두 전파되는 신종 인수 공통 바이러스 ‘랑야 바이러스’가 중국에 퍼지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죠.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이제는 인류와 바이러스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모아지고 있는데요. 2021년 국립중앙의료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위드 코로나, 즉 바이러스와의 공존’의 맥락에서 ‘코로나19의 종식은 불가능하고 독감처럼 계속 백신을 맞고 관리해야 한다’에 89.6% 절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와의 ‘불안한 동거’ 상황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언제부터 존재했으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바이러스로부터 인류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류가 만들어 낸 노력의 산물, ‘항바이러스’에 관한 역사 이야기를 통해 알아봅니다!

약 1만 년 전부터 인류를 괴롭혀 온 ‘바이러스(Virus)’

‘독’을 뜻하는 라틴어 ‘비루스(Virus)’에서 유래한 ‘바이러스(Virus)’.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기생하며 고통을 준 시간은 꽤 깁니다. 약 1만년 전, 인류가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동물에 기생하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온 것인데요.

바이러스가 선택한 새로운 숙주, 즉 사람의 유전체는 면역체계와 화학반응 등이 동물의 유전체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에 바이러스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의 몸도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반응을 일으켰죠.

이처럼 사람의 몸속에서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힘을 ‘면역력’이라고 합니다. 면역력이 강하면 신체 방어력이 높아져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영향을 덜 받게 되는데요. 인류는 진화 과정에서 다양한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이와 함께 면역력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답니다. 

반면, 바이러스에 거의 노출된 적이 없던 과거의 사람들은 그만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이 취약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16세기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 후 스페인 군대가 아즈텍 문명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두창* 바이러스에 처음으로 노출된 원주민들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힘인 면역력이 약했고 끝내 수많은 사람이 죽음에 이르렀죠. 

*두창(Smallpox): 천연두의 정식 질병 명칭, ‘천연두’라는 표현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일본식 표기로 대웅제약 뉴스룸에서는 두창이라는 정식 명칭을 사용하겠습니다.

소의 젖에서 탄생한 ‘두창 백신’

두창이 가장 심하게 유행했던 18세기의 유럽. 두창의 파급력은 엄청났습니다. 이 시기에는 감염자의 20~60%가 사망했으며, 아동 사망률은 80%에 달했죠. 그런데 20세기 한 인물에 의해 두창은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영국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가 개발한 ‘우두 접종법’ 덕분에 사망자가 급감하기 시작한 것이죠.

1796년, 제너는 ‘소 젖을 짜는 사람들이 두창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연구를 통해 ‘우두’에 감염됐던 사람이 두창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소의 두창을 뜻하는 ‘우두’는 소 젖에 궤양이 생기는 병으로 사람에게도 전염돼 피부에 작은 종기나 물집 등이 광범위하게 퍼지는 바이러스성 질환을 말하는데요. 두창과 비슷하지만 증상은 훨씬 약해 두창처럼 심각한 병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우두에 걸리거나 걸렸던 사람에게는 두창 면역이 생겼다고 가정하고, 우두에 걸린 사람에게서 채취한 고름을 8살 소년 제임스 핍스(James Phipps, 1788~1853)에게 주입했습니다. 관찰 결과, 미열 증상은 나타났지만 핍스는 금방 회복했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6주 후에는 진짜 천연두 고름을 주입했는데 이번에도 핍스는 두창에 걸리지 않았죠. 종두를 예방할 수 있는 인류 최초의 백신, ‘우두법’이 탄생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두법: 두창의 예방 접종을 통칭하는 종두법에는 인두법과 우두법, 총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두법은 소의 두창이라고 할 수 있는 ‘우두’의 고름을 사람에게 접종해 사람에게 두창 면역을 얻도록 하는 방법을, 인두법은 두창을 앓은 사람으로부터 시료를 얻어 사람에게 접종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하지만, 당시 제너의 두창 백신은 소 고름을 사람에게 주입한다는 거부감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두법을 사용하면 소가 된다거나, 소의 질병에 걸려서 죽을 수도 있다는 등의 헛소문이 돌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제너는 23명의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했고, 이들은 모두 두창에 걸리지 않은 것을 증명했습니다.

최초로 우두법을 고안한 제너 덕분에 두창 백신은 꾸준히 진화했으며, 이로부터 약 200년 후인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랜 세월 인류를 괴롭힌 ‘두창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음’을 공식 선언합니다. 

❓ 백신의 어원에 숨겨진 흥미로운 이야기!우리에게 익숙한 단어 ‘백신(Vaccine)’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게 질병이나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부여하는 의약품을 말합니다. 그런데 백신의 어원이 암소(Vacca)에서 유래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예상하신 것처럼 종두를 예방하는 인류 최초의 백신이 ‘우두’에 걸린 소의 고름에서 개발됐기 때문입니다.백신이라는 용어는 우두법을 발견한 에드워드 제너를 시초로, 이후 프랑스의 미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년~1895년)가 제너를 기리기 위해 자신의 광견병 치료법을 Vaccine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답니다.

전쟁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스페인 독감’

1918년에 발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H1N1)에 의한 스페인 독감(Spanish Flu)은 1차 세계대전 전사자인 90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약 5천만 명의 사망자 수를 기록한,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입니다.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등 세계 43개국 데이터에 따르면 1918-20년 스페인독감으로 세계 인구의 2%에 해당하는 3,900만 명이 사망했으며, 현재 인구에 적용하면 1억 5,000만 명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사망자 수를 기록했습니다.

놀랍게도 스페인 독감은 이름과 달리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교전국들은 자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언론을 검열하며 신종 독감을 단순한 감기 정도로 보도했습니다. 반면, 세계대전 중립국이던 스페인은 전염병의 확산을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죠. 1918년 5월 22일, 스페인 신문들이 신종 인플루엔자 발병 사실을 처음 보도한 것을 계기로 스페인 독감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스페인 독감은 1918년 미국 캔자스의 캠프 펀스톤 육군부대에서 한 군인이 ‘심한 독감’ 진단을 받은 후 시작됐습니다. 미군이 서부 전선에 투입되면서 이동 경로를 따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 스페인 독감이 빠르게 퍼져나갔죠. 심지어 유럽에서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요. 같은 해 9월, 우리나라 인구 759만 명 가운데 약 38%인 288만 4,000명이 스페인 독감에 걸렸고, 14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페인 독감을 일으킨 주요 원인은 H1N1(Influenza A virus subtype, 인플루엔자 A의 아형) 바이러스입니다. 사람에게 발병하는 인플루엔자 가운데 가장 흔한 유형으로 돼지나 새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에는 백신과 치료제는 물론이고 2차 세균성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도 없었습니다. 사실상 치료 방법이라고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대재앙을 막을 수 없었죠. 

이후 1990년대, H1N1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인 오셀타미비르(상품명: 타미플루)가 개발되었는데요. 1996년 미국 길리어드 사이언스에서 김정은 박사를 포함한 연구팀이 처음으로 오셀타미비르를 합성해 개발했으며,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최초의 경구용 독감 치료제로 승인됐습니다. WHO는 오셀타미비르를 병원에 입원한 독감 환자에게 반드시 투여해야 하는 필수 의약품으로 등재했습니다.

항바이러스제 성분명의 비밀! 여러분, 항바이러스제의 성분명은 항상 ‘~비르’로 끝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의 성분명이 ‘오셀타미비르’인 것처럼 코로나 항바이러스제로 널리 사용되는 ‘렘데시비르’와 코로나19의 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의 성분인 ‘리토나비르’ 역시 모두 ‘~비르’로 끝나는데요!어미인 비르(Vir)는 곧 항바이러스제를 의미합니다. 이는 세계 의학계가 항바이러스제 성분명의 끝(어미)을 ‘Vir’로 이름 붙이기로 약속해 비롯된 것인데요. 이 규칙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개발된 항바이러스의 이름에서 통일감이 느껴지게 된 것이랍니다! 

무료로 공급한 세계 최초의 ‘소아마비 백신’

우리에게는 흔히 소아마비로 알려진 폴리오(Polio)는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라는 장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발병해 뇌 신경조직을 손상시키고 신체 마비를 일으키는 급성 이완성마비 질환입니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매우 빠른 속도로 하지마비 증상이 나타나며 고열, 흉통, 구토, 관절통에 시달리다 죽음에 이르거나, 사망하지 않더라도 하지마비로 제대로 걷지 못하고, 금속 인공호흡기와 같은 장치를 달고 살아야 하는데요. 더 무서운 사실은 이토록 치명적인 소아마비가 1950년경에는 팬데믹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1952년 한 해에만 소아마비로 5만 8,000건이 보고됐으며, 그 가운데 사망한 아이들은 3,145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를 심각하게 여긴 미국 의학자 조너스 소크(Jonas Salk, 1914~1995)는 1948년 소아마비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직접 임상시험을 할 정도로 백신 연구에 전념했는데요. 연구 끝에 1955년 세계 최초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고, 전 세계 소아마비 종식을 위해 무료로 백신을 공개했습니다. 소크의 백신은 배포 2년 만에 소아마비 발생률을 90%까지 감소시켰고,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아이의 귀한 생명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백신을 도입해 1957년에 소아마비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1984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더는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2000년 WHO로부터 폴리오 박멸국 지위를 획득합니다.

항바이러스제로 불치병에서 벗어난 ‘에이즈(AIDS)’

에이즈는 20세기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데요. 1981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젊은 동성애자 남성 5명이 폐포자충 폐렴 질환을 진단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처음 발병 사례가 전해졌습니다. UNAIDS(유엔 에이즈 합동 계획)*에 의하면, 첫 사례가 보고된 이후 7,800만명이 감염됐으며 3,500만명이 관련 질병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한동안 원인을 파악할 수 없던 해당 질환은 ‘동성애자 관련 면역결핍(GRID: Gay-related immune deficiency)’이라는 병명이 붙었습니다. 그러나 1982년, 환자로부터 수혈을 받은 사람과 이성애자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고,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이 병에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후천성 면역 결핍증)라는 명칭을 부여합니다. 

이후 발병 보고 2년만인 1983년, 프랑스의 프랑스와즈 바레시누시(Francoise Barre-Sinoussi, 1947~)와 뤼크 몽타니에(Luc Montagnier,1932~2022) 박사에 의해 에이즈의 원인이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임이 밝혀졌습니다. HIV는 우리 몸에 침투해 T세포를 공격하는데요. T세포가 파괴되면 면역 기능이 결핍돼 감염증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이처럼 HIV에 의해 후천적으로 면역이 결핍되는 증상을 에이즈라고 합니다.

이후 1985년, 연구자들은 HIV에 걸린 T세포에 ATZ(Azidothymidine, 아지도티미딘)를 주입한 결과 바이러스 증식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당시 에이즈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었기에  곧바로 임상시험에 돌입했고, 심각한 부작용 없이 T세포 면역 기능이 회복되는 걸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1987년, 빠른 속도로 진행된 임상시험 덕에 ATZ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사용 허가를 신청한 지 한 달 만에 에이즈 치료제로 승인받았습니다. 이는 AZT의 활성을 확인한 시점부터 AZT의 FDA 승인까지 불과 25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인데요! 이처럼 전례 없는 속도는 당시의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빠른 시간 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FDA의 방침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ATZ는 인류 최초의 에이즈 치료제로 역사에 기록되었습니다.

*UNAIDS(유엔 에이즈 합동 계획): HIV/에이즈 감염 대책을 위해 글로벌 활동을 하는 유엔의 기관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항바이러스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쯤이면 인류의 역사는 곧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은데요. 과연 인류는 현재 진행 중인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늘 그렇듯 인류는 답을 찾아왔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한 백신은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전례없는 감염병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국가와 제약사들이 힘을 모았고 여느 때보다 빠른 시간 안에 mRNA 방식의 백신 출시 등 기술의 진보가 빠르게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최초의 코로나 백신이 최근 출시되기도 했죠. 백신의 효과, 안전성 면에서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코로나19는 백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한 사건이기도 합니다. 인류는 새로운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과거에도 그래왔듯 이를 해결할 백신을 찾아낼 것이라 믿습니다. 대웅제약도 이러한 노력에 더욱 앞장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