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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6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 전염병과 항생제
2022.01.26 URL복사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퍼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했습니다. 전염병으로 기존 방식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서둘러 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이후 몇 개월이 흘러 백신이 개발됐고 사람들은 이제 치료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약’을 언제, 누가 최초로 만들었을까요? 사람들은 어떻게 약을 복용하게 됐을까요? 옛날 사람들은 과연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약을 복용했을까요? 더 나아가 약은, 인류에게 이롭기만 했을까요?

이처럼 약의 역사는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가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볼 만한 주제입니다. 그래서 대웅제약 뉴스룸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약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알아보는 ‘역사로 알아보는 약 이야기’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그 첫 번째 이야기 ‘전염병과 항생제’ 입니다.
 

‘항생제’는 세균의 증식과 성장을 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약입니다. 항생제가 등장하며 사람들은 폐렴이나 파상풍 등 감염에 의한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고 소중한 삶을 더 길게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항생제 역시 현재의 기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왔는데요. 항생제가 개발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 생겨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든 전염병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던 과거 전염병 중 하나는 ‘페스트(pest)’가 아닐까 싶습니다. 페스트는 1346년에서 1353년 사이 유럽에 퍼진 전염병으로 유럽 인구가 약 2,500만 명 정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너무 많은 사람이 사망해 사회 체제가 무너질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습니다.

비극적인 역사로 남은 ‘아우슈비츠 홀로코스트’가 일어난 것도 이때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라 전염병이 신의 형벌이라 믿었던 사람들은 소수 종파인 유대인들이 병을 퍼뜨렸다고 생각하면서 유대인 박해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유대인 대부분이 동유럽으로 많이 이주했고, 훗날 여러 정치적 이슈로 이들은 희생양이 됐죠.

이렇게 세상을 뒤집어 놓은 ‘페스트’는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의 피를 벼룩이 먹고, 그 벼룩이 다시 사람의 피를 빠는 과정에서 세균을 옮기며 발병했는데요. 페스트에 걸리면 온몸이 검게 변하며 죽는다고 하여 흑사병(黑死病)이라고도 불렸습니다.

전염병아 물러서거라! 항생제가 발전한다

인류가 미생물 감염에 의한 질환을 치료하는 ‘화학요법’, 즉 현대 의약품의 기초를 마련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입니다. 과학자 파스퇴르와 코흐는 세균(미생물)이 전염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미생물을 죽이는 물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화학요법의 창시자 독일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 1854~1915)인데요. 현대 의약품의 시초가 된 그는 20세기 초 숙주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고 병을 일으킨 병원균만 제거하는 살균제를 개발했습니다. 이후 1909년에는 난치병이었던 매독 치료를 위해 비소(As)를 이용해 살바르산(Salvarsan)을 개발했죠. 살바르산은 당시 수은 치료로 극심한 부작용을 겪던 사람들에게 탁월한 효과가 있었지만, 매독 말기 환자들에게는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다고 합니다. 매독균은 훗날 페니실린(Penicillin)이 개발되고 나서야 완전히 없앨 수 있었습니다.

이후 현대 의약품 연구개발이 점점 활발해지면서 수많은 학자들이 콧물, 푸른 곰팡이, 염료, 흙에서 항생제로 쓸 수 있는 물질을 발견하고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습니다. 나아가 비교적 가까운 현대에 들어서는 자연에서 물질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인공합성으로 만든 약도 개발하는데요. 바로 퀴놀론(Quinolone)계 항생제입니다. 퀴놀론계 항생제는 요로 감염이나 호흡기 감염에 쓰는 약으로,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진화하면서 더 많은 균을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콧물과 푸른곰팡이’, 최초의 항생제가 되다!

1922년 영국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 1881~1916)은 항균 작용이 있는 라이소자임(Lysozyme)을 자신의 콧물에서 발견합니다. 그는 라이소자임이 콧속에서는 일반 세균을 억제하지만, 병원균에서는 기능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특정 세균만 죽이는 항균물질을 찾기 시작하는데요. 1928년 푸른곰팡이가 라이소자임처럼 항균물질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1929년 논문으로 발표함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라이소자임을 연구하던 영국 옥스퍼드 대학 병리학 교수 하워드 플로리(Howard Florey, 1891~1968)는 유대인 생화학자 언스트 체인(Ernst Chanin, 1906~1979)과 함께 연구를 시작하게 되는데요. 체인은 라이소자임 연구 과정에서 플레밍 논문을 참고해 페니실린을 분리하고 정제하기 위한 새로운 기법을 찾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1940년, 드디어 동물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되는데요.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도 뛰어났습니다.

그렇게 세 사람은 1945년 페니실린을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이후에는 영국 여성과학자 도로시 호지킨(Dorothy Hodgkin, 1910~1994)이 분자구조 변형을 해 수많은 페니실린 계열의 약들이 개발됐습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쓰이는 항생제로, 대표적인 예로는 1972년에 출시한 아목시실린(Amoxicillin)이 있습니다.

천을 물들이는 염료로 딸을 살리다

1935년 독일 생화학자 게르하르트 도마크(Gehard Domagk, 1895~1964)는 딸이 오염된 자수바늘에 찔려 세균이 온몸에 퍼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의사는 생명이 위태로우니 팔을 자르자고 했고, 도마크는 그렇게는 할 수 없다며 본인이 개발한 ‘프론토실 레드’를 딸에게 먹였습니다. 딸은 빠르게 회복했습니다.

도마크가 딸을 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사고 전에 설파닐아마이드계 항생제의 시초인 ‘프론토실 레드’ 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1932년 도마크는 ‘프로톤실 레드’ 염료가 황(Sulfur)을 포함하고 있어 연쇄상구균에 감염된 쥐를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설파닐아마이드의 뛰어난 항균력을 밝혀내며 치료제를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이것이 바로 1970년대까지 효과적인 항균제로 널리 처방됐던 ‘설파제’인데요. 설파제는 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두 번이나 폐렴에 걸렸을 때 두 번 모두 목숨을 구해 준 약으로도 유명합니다. 설파제 개발 후 그는 항생제 연구개발 분야에 한 획을 긋게 됩니다.

인류만 진화한다는 인류의 착각

오랜 기간 전염병으로 고통받던 인류에게 항생제는 신의 축복과도 같았습니다. 이 때문에 항생제는 만병통치약처럼 감기 같은 바이러스에도 처방할 정도로 남용됐는데요. 이런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류는 예기치 못한 역풍을 맞게 됩니다. 바로 ‘슈퍼 세균’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슈퍼세균은 항생제 오남용으로 세균이 내성을 갖게 돼 강력한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균을 말합니다. 슈퍼세균의 등장으로 오래전 개발한 항생제는 점차 소용이 없어졌고, 어렵게 새 항생제를 개발해도 3~4년 내로 내성이 생기는 일이 일쑤가 됐죠.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으면 반드시 마지막 한 알까지 연속적으로 먹어야 한다고 권하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는데요. 항생제 복용을 자의적으로 중단하면 정상 세균들에게 내성을 일으키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역사로 알아보는 ‘약’이야기, 그 첫 번째로 전염병과 항생제의 역사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항생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물질이 약의 재료가 됐다는 사실도 알게 됐는데요. 이야기 속에서는 우연인 것처럼 비쳤지만, 사실 이 모든 발견은 수많은 연구자들의 피땀으로 일군 노력의 결과일 것입니다.

역사로 살펴보는 ‘약’이야기!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셨나요? 코로나 이후 약과 건강에 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요. 대웅제약 뉴스룸은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앞으로도 더욱 풍성하고 흥미로운 약 이야기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 본 콘텐츠는 『정승규,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반니, 2019)』 를 참고하여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