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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슬플 땐 슬픔 세포, 화날 땐 히스테리우스’… 세포는 정말 감정을 느낄까? 영화 <유미의 세포들>에 숨은 과학
2024.04.19 URL복사


슬픔 세포, 이성 세포, 히스테리우스의 영향을 받는 유미처럼,
나도 세포들의 감정에 따라 행동을 결정할지 궁금하다면?

· 감정을 느끼는 주체, 가슴이 아닌 뇌였다는 사실!
· 감정의 메커니즘, 전기 신호와 화학 물질의 복합 작용인 감정
· 신경전달물질아 도와줘! 내 머릿속 감정 세포 다스리는 Tip
· 팩트 체크!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가 사실 매우 친하다고요?


연애 세포가 깨어나는 4월,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극장판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습니다. 누적 조회 수 35억 뷰에 빛나는 원작 웹툰의 명성을 이어, 지난해 제작된 드라마도 해당 OTT 서비스의 유료 가입 기여도 1위를 기록했는데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이었던 드라마와 달리 100%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극장판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귀여운 세포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겠죠?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기대가 높아 아시아, 북미, 유럽 지역 76개국에 선 판매됐다는 소식도 반갑습니다.


평범한 30대 여성 유미의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까지,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소소한 이야기 이면에 존재하는 ‘세포 마을’ 세계관 덕분일 겁니다. 사랑에 빠질 땐 사랑 세포가, 슬플 땐 슬픔 세포가, 불안할 땐 불안 세포가, 화가 날 땐 히스테리우스가 유미의 감정은 물론이고 행동까지 결정하는데요. 의인화된 세포 캐릭터의 디테일하면서도 탁월한 심리 묘사에 많은 관객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아닌 뇌에 거주하며 희로애락을 느끼는 세포들, 그리고 그들의 결정에 따라 움직이는 유미. 세포 마을 세계관은 단순히 귀여운 상상일까요, 아니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설득력 있는 설정일까요? 대웅제약 뉴스룸이 팩트 체크에 나섰습니다.

감정을 느끼는 주체, 가슴이 아닌 뇌였다는 사실!


슬플 땐 가슴이 아프다고 하는데, 실제로 감정은 가슴에서 느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정을 느끼는 주체는 가슴이 아닌 뇌입니다. 뇌과학자들은 감정을 ‘대뇌 변연계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즐겁거나 불쾌한 마음의 작용’으로 정의합니다.

변연계 바깥쪽인 동시에 뇌의 가장 앞부분에 위치하는 전전두피질은 감정에 대해 생각하고 조절하는 영역입니다. 감정을 논할 때, 전전두피질을 위쪽 바깥 부분(배외측)과 아래쪽 가운데 부분(복내측)으로 분리해 살피는데요. 배외측 전전두피질은 외부 세계에 초점을 맞춰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복내측 전전두피질은 자아에 초점을 맞춰 동기 부여와 충동 조절에 관여합니다.

대뇌 변연계는 뇌의 깊숙한 안쪽에 위치한 감정 영역입니다. 흥분, 공포, 불안, 기억, 욕망을 관장하는 신경망이 고리처럼 연결돼 있죠. 변연계는 시상하부, 대상피질, 해마, 편도체로 구성되는데요. 시상하부는 스트레스를 통제합니다. 대상피질은 주의 집중력을, 해마는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데요. 어떤 기억을 떠올리고 무엇에 집중하는지가 감정 형성과 긴밀한 연관을 갖는다고 합니다. 편도체는 감정과 가장 밀접한 부분으로 불안, 공포는 물론 기쁨, 행복까지 다양한 감정을 관장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감정을 조절하는 전전두피질과 감정을 형성하는 변연계의 상호작용에 의해 감정을 느끼고 행동을 결정합니다. 우리가 불안, 분노, 우울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 동기를 상실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뇌의 변연계, 그 중에서도 편도체 부위와 전전두피질이 동시에 활성화되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메커니즘, 전기 신호와 화학 물질의 복합 작용인 감정


그렇다면 편도체 그리고 전전두피질은 어떤 과정을 거쳐 활성화될까요? 감정은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먼저 외부 자극을 눈, 코, 입, 귀 등의 감각 기관을 통해 수용하고 그 자극이 신경 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되죠.


우리의 뇌는 작은 신경 세포인 뉴런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십억 개의 뉴런이 길게 뻗은 가지돌기를 통해 전기 자극을 흘려보내며 신호를 주고받는데요. 외부 자극을 수용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기 신호가 뉴런의 가지 끝에 도달하면 시냅스에 있는 작은 주머니가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화학 물질을 뿜어냅니다. 신경전달물질은 뉴런과 뉴런 사이 공간인 시냅스로 흘러 들어가 신호를 전달하는데요. 뉴런들의 연합인 신경 회로는 이러한 전기 및 화학 신호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생성하고 행동을 결정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은 의지력, 의욕, 기분을 향상시킵니다. 도파민은 쾌감 및 동기 부여에 관여하고, 노르에피네프린은 사고력, 집중력, 스트레스 대처 능력과 연관이 있죠.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보았을 엔도르핀(고통 완화, 즐거움), 멜라토닌(수면의 질 향상), 옥시토신(신뢰감, 사랑, 연대감 증진) 역시 우리의 감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 물질입니다.

신경전달물질아 도와줘! 내 머릿속 감정 세포 다스리는 Tip


앞서 살펴보았듯 신경전달물질은 뇌와 우리의 행동을 연결합니다.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함으로써 내 머릿속 세포들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죠.

슬픔 세포 때문에 우울한 날엔? 세로토닌을 충전해 주세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기분 조절, 스트레스 관리와 밀접하게 연관됩니다. 세로토닌 활동이 늘어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목표를 세우는 능력, 나쁜 습관을 피하는 능력이 향상되죠. 반면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우울하고 무기력해질 뿐 아니라 식이 조절 장애, 수면 장애 등 육체적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밝은 햇빛은 세로토닌 생성을 돕습니다. 햇빛을 쬐지 않고 오랫동안 실내에 머물렀을 때, 기분이 가라앉는 경험을 한 적 있지 않으신가요? 바로 이 세로토닌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슬픔 세포의 영향으로 우울한 기분이 든다면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 산책을 해보세요. 영양적으로는 세로토닌을 합성하는 주요 성분인 트립토판의 섭취가 도움이 됩니다. 멸치, 북어, 홍합, 새우, 문어 등의 식품군에 양질의 트립토판이 함유돼 있어 세로토닌 분비 활성화에 도움이 된답니다.

불안 세포 영향으로 초조한 날엔? 노르에피네프린이 필요해요


우리는 변연계의 과도한 활동으로 뇌가 스트레스 받는 상황을 불안이라 부릅니다. 주로 예측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사건에 대한 염려 반응으로 나타나죠. 그러나 불안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긍정적으로 진화,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위험을 예측하고 통제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불안 세포의 영향으로 초조한 날에는 확실한 대응책을 세우는 게 도움이 됩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그에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워보세요. 그런 행동만으로 전전두피질 영역에 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증가한답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의 활동으로 차분해진 변연계는 정체불명의 불안을 상황을 제법 잘 통제할 수도 있겠다는 긍정적 효능감으로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줍니다. 그러니 불안이 지속되는 날 속는 셈 치고 한번 실천해 보세요.

히스테리우스 영향으로 짜증 난다면, 옥시토신과 도파민을 살펴보세요


사람의 뇌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일에 더 강하게 반응합니다. 못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분노와 충격이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기쁨보다 훨씬 더 강하게 뇌를 자극하죠. 그래서 뇌는 한 번 기분이 나빠지면 아주 쉽게 부정 편향에 빠집니다. 기분이 뒤틀리면 세상과 자신의 부정적인 면에만 몰두하게 되는 게 바로 이 부정 편향성 때문입니다.

갑자기 욱하거나 분노가 치밀 때 믿을 만한 상대와 포옹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포옹은 옥시토신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는 편도체의 반응을 떨어뜨려 안정감을 선사하죠. 사랑하는 사람을 안았을 때, 심적으로 안정감을 느꼈던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혹시 분노 조절이 어려운 단계라면 도파민 조절 능력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도파민은 행복과 만족감이라는 긍정적 역할도 있지만, 통제와 연관돼 회로에 문제가 생긴 경우 분노 조절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최근 욱하는 일이 잦아졌다면 두고 볼 일이 아닙니다. 가급적 빨리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세요.

팩트 체크!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가 사실 매우 친하다고요?

Q.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는 실제로 자주 싸울까요?
A. NO!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에서 이성 세포와 감성 세포는 자주 다툽니다. 우리 역시 일반적으로 이성과 감성은 대립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포르투갈계 미국인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은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인간의 수행 능력은 이성 독단의 영역이 아니기에, 변연계를 중심으로 한 감정회로와 비교하고 판단하는 전두엽이 긴밀히 협력할수록 잘 발달한다고 해요. 결과적으로 감정이 덜 발달한 사람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 역시 하기 어렵다는 사실!

Q. 프라임 세포가 인간의 성격을 결정할 수 있나요?
A. NO!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에는 ‘프라임 세포’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프라임 세포는 한 개인의 가치관과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세포인데요. 실제로 그런 세포는 존재할 수 없다고 합니다. 뇌는 860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돼 있고 그들은 직렬이 아닌 병렬 시스템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특정 감정을 느끼고 그를 행동으로 연결 짓기까지 무한한 세포들의 연쇄 작용이 계속되므로 특정 세포 혹은 특정 부위가 인간의 행동 혹은 성격을 전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Q. 세포도 언젠가 죽거나 활동을 멈추나요?
A. YES!

작품 속에서 유미가 이별을 하면 프라임 세포인 사랑 세포는 응급 상황에 처합니다. 실제로 신경 세포가 죽거나 손상을 입는 일, 멈추는 사건은 종종 발생합니다. 신경 세포의 손상으로 생기는 병으로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을 꼽을 수 있죠. 그러나 작품 속 설정처럼, 세포가 죽거나 멈춘다고 해서 사람의 성격이 변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성격과 가치관은 특정 세포의 소멸이 아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속하는 사고와 운동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이죠

Q. 다시 한번 팩트 체크! 세포들은 정말 감정을 느낄까요?
A. YES!

지금까지 살펴보았듯, 뇌를 구성하는 무수한 세포들은 감정을 느끼는 주체입니다. ‘느낀다’는 표현보다, 자극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해 희로애락을 ‘형성’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겠네요.


귀여운 상상인 줄만 알았던 <유미의 세포들: 더 무비> 속 세포 마을 세계관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설득력 있는 설정이었습니다. 우리의 감정이 형성되고 행동으로 연결되는 흥미로운 메커니즘, 모두 이해되셨나요?

대웅제약 뉴스룸은 더욱 흥미로운 호기심과 함께, 5월의 팩트 체크로 돌아오겠습니다!

  • [참고 자료]
  • 앨릭스 코브 『우울할 땐 뇌 과학』(2018), 심심
  • 김형자 『감정을 인지하는 나침반, 뇌』(2018), 기초과학연구원
  • 장래혁 『감정의 뇌과학』(2007), 한국뇌과학연구원
  • 백자현 『신경전달물질, 그리고 우리의 행동』(2015),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