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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2
베트남 의약품 시장, 위기와 기회 공존의 장
2019.04.22 URL복사

‘베트남’, 우리에겐 역사적으로는 베트남 전쟁을 떠올리게 하고, 최근에는 박항서 감독의 성공으로 더욱 친밀하게 다가오는 국가다.

또한 1억에 가까운 인구,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인 젊은 국가이자 연간 약6% 수준의 GDP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보이는 높은 성장성을 갖춘 국가이다. 더불어 생산성 높은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하여 산업적 측면에서도 우리나라에겐 포스트 차이나로서 가장 각광 받고 있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이미 진출해 활발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그야말로 최근 한국에게(물론 이전에도 핫했지만) 가장 ‘핫’한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 또한 베트남의 성장세에 맞추어 빠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약 53억 달러(약 6조 4,4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약 10%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2022년까지도 이 수준의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제약회사들이 해외에 가장 많은 제조 법인 및 대표사무소 등의 형태로 직접 진출해 있는 나라가 바로 베트남이다.

많은 한국의 제약기업들 또한 한국의 약가 인하제도 등 날로 어려워지는 환경 하에서 지속적으로 베트남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며, 대웅제약의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베트남 진출 모델(Local No.2 제약사 Traphaco와의 전략적 제휴)을 부러워하며, 필자에게도 많은 컨설팅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많은 기회 속엔 위기가 있으며 많은 위기 속에서 기회가 있듯이, 베트남 의약품 시장의 진출을 낙관적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꼭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다음의 내용들을 통해 베트남 의약품 시장의 특징과 위험요인 및 성장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자.


현재 베트남으로 진출한 한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계 제약회사들의 공통된 고민은 제품에 대한 허가 장벽이다. 현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판매할 제품이 있어야 하고, 대표적 규제 산업인 의약품 시장을 보더라도 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베트남 의약품 관리국(DAV, Drug Adminsitration in Vietnam)의 제품 허가 승인(유효기간 5년)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제품 허가를 받는 과정이 무척이나 까다롭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베트남 정부에도 계획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자국 생산 의약품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제품 허가 승인을 위해 제출한 서류 1를 베트남 의약국에서 적기에 검토할 물리적인 시간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2015년 공개적으로 2020년까지 자국 생산 의약품 비중을 80%(수입 의약품은 20%)로 끌어 올리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현재 자국 의약품 대 수입 의약품 비중(매출 기준)은 40%대 60%로 수입 의약품의 비중이 높지만, 이를 바꾸어 개선해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아무래도 수입의약품은 로컬 생산 의약품보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비싸고, 베트남 의약품 시장의 메인 채널이 공공 부문의 입찰(=의료 보험 적용)로 진행 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날로 악화되는 베트남 의료보험 재정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리고 필자는 정부가 어떻게 자국 의약품 vs 수입 의약품 비중을 80%대 20%까지 끌어올릴지가 궁금했고, 이를 확인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라 직접 조사를 진행해보았다. 바로 베트남 의약품 관리국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개년간 의약품 허가 승인을 내준 품목 수를 조사해 본 것이다. 이 결과로 베트남 정부(보건국, 의약국)의 자국 생산 의약품 80% 비중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확인하였다.

이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사업의 가장 출발이 되는 제품 허가 단계부터 80대 20의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이 비중도 자국 의약품의 비중이 매년 조금씩 더 높여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날로 악화되는 베트남 의료보험 재정 문제 및 자국 의약품 산업 보호를 위한 베트남 정부의 명확한 방향이다. 이를 바탕으로 유추해보면,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없는 일반 제네릭 제품군, 로컬에서 생산 가능한 의약품들은 점점 더 로컬 생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 및 정부의 자국 산업 보호 기조에 맞추어 앞으로는 설 자리를 잃어갈 것이다. 따라서 제품 자체가 베트남에서 단독 입찰이 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시장 경쟁력 있는 제품을 회사가 가지고 있는지를 베트남 의약품 진출에 앞서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약품 허가 심사 관련하여, 의약품 관리국의 제품 허가를 심사하는 인력 수에 비해 워낙 많은 허가 요청 서류들이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필자도 업무 차 하노이에 있는 의약품 관리국을 자주 방문하는데, 대부분의 모든 부서가 유사하지만, 특히 허가 관련부서의 서류 2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관련부서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 접수된 서류 더미만 봐도 허가를 받으면 다행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하면, 베트남 의약품 관리국과의 긴밀한 협조와 소통이 무엇보다도 매우 중요하다. 3

이 모든 상황들을 살펴볼 때, 베트남 의약품 시장의 성장이 성장한 비율 그대로 외국계 제약사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 성장의 열매는 대부분이 로컬 기업의 성장, 로컬기업의 열매로 돌아갈 것이다.


따라서 대웅제약도 이런 기조에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해 작년 5월 로컬 No.2 기업인 Traphaco에 지분 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맺어, 우리 제품의 기술이전을 통한 현지 로컬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제품도 로컬 기업의 베트남 현지 공장에서 생산할 경우, 자국 생산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가격 경쟁력 및 입찰 Quarter에서도 로컬 제품과 동일하게 분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제약 기업들에게 베트남 진출의 전략적 현지화의 롤모델이 된 사업 혁신 모델이기도 하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로컬 2위 제약사의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우리 회사와의 협력 강화 추진 및 로컬 제약사의 특성들을 학습하고 배우고 어떻게 우리의 앞선 기술, 경영을 접목시킬지 고민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외국기업의 베트남 로컬 제약회사의 지분 투자 및 M&A는 2018년 베트남 의약품 시장을 주도한 업계 트렌드였고 4, 이런 베트남 의약품 업계의 최신 트렌드를 대웅제약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러우며,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여 베트남에서 업무를 하고 있는 것 또한 대단한 행운이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5월 대웅제약과 트라파코사가 MOU를 체결했다. 협약서를 들고 있는 사진 가운데 왼쪽부터 트라파코社 최고경영자 마(Mr. Ma), 회장 투안 (Madam Thuan), 대웅제약 전승호사장, 대웅제약 베트남지사 김동휴지사장이 양사 직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토록 수입 의약품을 점차 규제 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무조건적으로 빠른 허가 등 일방적 혜택만 요구하거나, 기존의 순수한 관계만으로 우리 회사 제품만을 특혜해 달라고 하는 것 또한 점점 더 명분을 잃어가고 있다. 대웅제약은 로컬 제약사 기술이전을 통해 자국 생산이라는 확실한 규정 안으로 들어가고, 로컬 회사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로컬 자원의 리소스를 활용하는 비즈니스를 한다는 측면에서 베트남 정부에 합리적 명분으로 어필을 할 수 있게 되는 등 무수한 장점이 많다.

향후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제약사들은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전략적으로 베트남 의약품 시장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제네릭 제품을 가지고 현지에 허가를 받고, 대리상을 찾아 판매하는 기존의 사업 모델로는, 허가 및 가격 경쟁력 등을 감안해볼 때 베트남 의약품 시장에서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1차적으로 제품 자체의 차별성과 베트남 정부의 자국 산업보호 기조에 맞춘 사업 모델의 혁신, 전략적 현지화 (대웅 – Traphaco 전략적 제휴) 를 통한 베트남 제약 기업 및 베트남 정부와의 협력, 소통 강화를 사전에 잘 준비하여 모색한다면, 위기 속에 많은 기회가 있는 베트남 제약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