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 마켓트렌드
2021-02-19
‘2020 바이오미래포럼’으로 바라 본 K-바이오산업의 주요 과제
2021.02.19 URL복사

지난 2020년 12월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 속의 K-바이오, 혁신과 도약의 길’이라는 주제로 <2020 바이오미래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 바이오미래포럼에서는 바이오 분야의 주요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R&D, 정책 및 제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해결방법과 혁신방향을 주제로 발표와 패널토론을 진행했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2020 바이오미래포럼>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K-바이오 산업의 주요 과제’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2020 바이오미래포럼으로 본 K-바이오산업의 주요 과제

2020 바이오미래포럼에서 살펴본 K-바이오산업의 주요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연구의 미래에 대한 ‘지속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지난 해 1월,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19 펜데믹 상황 속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이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K-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는데요.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K-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습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기존에 보유한 기술을 신속히 이용해서 진단기술을 개발·활용했다는 점과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음압병동을 1,027개 보유하게 됐다는 점이죠.

하지만 우리가 만약 아무런 준비 없이 감염병을 마주하게 됐다면 상당히 큰 어려움을 겪었을 텐데요. 류 센터장은 감염병 연구에 대한 ‘지속적 준비’를 강조했습니다. 전 세계 항공망은 크게 북미, 유럽, 아시아 허브로 구성되는데, 공교롭게도 아시아 허브에 해당되는 나라들에서 다양한 병원들이 창궐하고 있다며, 아시아에 감염병 전문 예측이나 연구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또한 앞으로도 아시아에서 감염병이 계속 창궐할 가능성이 높다며, 감염병 전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아시아 태평양 감염병 연구센터의 필요성을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바이오 플랫폼 기술 중 하나인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김지현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오늘날 4차 산업 혁명은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범용성을 가진 혁신 기술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바이오 플랫폼 기술의 경우 범용성과 혁신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이오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활용 가능하고, 기존 기술을 뛰어넘는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와 함께 국내에 필요한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도출하는 과제를 수행하며 총 16개의 후보 기술을 선정하기도 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그 미생물들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 전체를 말하는데요. 이는 우리 몸에서 여러 대사와 면역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미생물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고,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대형 국제 컨소시엄들이 구축되기 시작했는데요. 중국, 일본 등에서도 국가 차원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소규모로 투자하는 것 외에는 정부 주도의 이러한 프로젝트가 시도된 적이 없는데요. 하지만 민간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건강기능식품을 중심으로 시장이 성장 중이며 관련 벤처기업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산업화도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기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진행하면서 다른 부처 간 네트워킹을 통해 여러 공동 연구를 풀어 나가는 ‘코리아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가칭)’를 제안했습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 빠르게 인허가 문제를 정비할 것을 당부하며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와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세 번째로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로 인한 생명공학 연구의 변화와 관점에 대해 논의되었습니다.

김현욱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극도의 자동화’와 ‘극한의 연결성’이란 두 가지 키워드로 설명했는데요. 이를 구성하는 대표적인 기술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이 중 김 교수는 빅데이터를 주제로 생명공학 연구의 변화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생명공학 내에서 다뤄진 데이터들의 규모는 한 번도 줄지 않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데이터들이 더욱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더 효율적으로 관련 데이터들을 재생할 수 있는 방법론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은 바이오산업 분야에도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일례로 미생물을 통해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하는 미국 보스턴의 벤처기업인 ‘긴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는 그 동안 수작업으로 해오던 균주 개발을 로봇을 이용해 자동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인공지능(AI)를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러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과학자 입장에서 문제해결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오히려 문제에 따라서 우리가 다양한 방법론, 접근법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기계공학과 바이오 융합을 통한 신기술 창출도 주목받았는데요. 정석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는 유체 컨트롤 기술을 바탕으로 호르몬 측정 플랫폼을 개발한 앱솔로지(Absology), 단일 세포 분석에서 수작업이 필요한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한 이노클(Einocle), 오가노이드를 균일하게 재배하고 장기관 보관하는 기술을 개발한 넥스트앤바이오(Next&Bio) 등을 기계공학과 바이오를 융합한 대표 사례로 소개하였습니다.

바이오 융합 기술들의 R&D 확산을 통한 K-바이오 도약 방안

이번 2020 바이오미래포럼에서는 앞서 살펴 본 바이오 융합 기술들의 R&D 확산을 통한 K-바이오 도약 방안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가 이뤄졌는데요.

전문가들은 K-바이오가 글로벌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선 ‘융합을 통한 혁신’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최길돈 한국화학연구원 본부장은 K-바이오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바이오 기술을 융합하거나 비 바이오 분야에 바이오 기술을 접목해 차세대 핵심 원천기술과 블루오션 신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 국가 차원의 빅데이터 구축과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되었는데요. 김현욱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약물상호작용뿐 아니라 의학 관련 공동 연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거의 전무하다고 밝히며 한국인만의 데이터셋 구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K-바이오의 발전방향에 대해 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의 융합과 이를 지원할 제도적 지원, 벤처 창업에 대한 토양 마련 등을 꼽았습니다.

이밖에도 ‘개방형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는데요.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같이 협업을 하고 기술과 연구를 융합하는 확장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산·학·연·병·정이 함께 노력하는 협력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허 대표는 선제적 투자의 중요성과 자본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의견도 밝혔는데요. 앞으로는 국내 K-바이오 기업들도 인수합병(M&A)이나 라이선스 모델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K-바이오가 가능성과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 만큼, 전문가들은 현실 진단을 통한 명확한 처방을 통해 한국의 바이오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킬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바이오 기술의 융합 토대 마련과 플랫폼 기술의 개발, 오픈이노베이션의 활성화, 규제 선진화, 글로벌 진출 방안 마련 등이 시급합니다.

K-바이오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정확한 현실 진단과 처방을 내리고,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앞으로 국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합니다.

※ 출처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BioINpro Vol.84. K-바이오, 혁신과 도약의 길- 2020년 바이오미래포럼 주요 내용』, 20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