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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코로나19로 인한 제약·바이오 R&D 대응 전략은?
2020.05.29 URL복사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를 덮치면서 거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금융권의 전반적인 수익성 악화에 따른 성장 둔화, 석유 제품 수요 감소로 인한 유가 하락, 원부자재 수급 차질에 따른 수출입 타격, 제조업 생산중단과 판매절벽에 따른 생산·소비 측면 위기, 중국의 생산 차질로 인한 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 타격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거시경제 및 주요 산업지표의 악화는 주요국들의 R&D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주요국의 R&D 대응 현황을 살펴보고,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의 성공적인 R&D 대응 전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코로나19 주요국 R&D 대응 현황

미국

미국은 코로나19 전세계 감염자의 30%를 차지하며, 코로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나라 중 하나인데요. 지난 3월 27일, 미 의회는 약 2.2조 달러(약 2,733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CARES Act’를 통과시켰습니다. CARES Act는 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여 개인, 기업, 주정부 및 지방정부, 미국령 지역정부에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기존 프로그램의 자격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CARES Act에 투자하는 비용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편성했던 추경 예산안 규모인 8,310억 달러(약 1,022조 원)를 훨씬 상회하며, 2020년 미 연방 정부의 총지출인 4조 7,900억 달러(약 5,892조 원)의 45.9%에 달하는데요. 이 수치만 봐도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얼마나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코로나19 백신 연구 개발도 빠지지 않는데요. CARES Act의 1차 재정지원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연구 개발, 예방 및 대응 등의 의료 지원을 위해 83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DOE)는 코로나19 연구를 위한 슈퍼컴퓨터 민관 컨소시엄을 발족했습니다. 총 330 페타플롭스 1 이상의 연산 능력을 지닌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생물정보학과 분자 모델링, 의료시스템 관련 대량 계산이 가능해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연구개발 기간의 비약적 단축이 예상됩니다.

이밖에도 보건복지부(HHS)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주문형 의약품의 신속 생산과 수송을 목표로 뉴햄프셔 맨체스터에 공장을 설립해 공공보건 위협에 대비하고, 늦어도 2021년 초에는 미국 내 긴급사용이 가능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목표로 백신 임상시험 지원에 나섰습니다.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의료 시스템 준비에는 1억 달러(약 1,230억 원)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유럽

이번에는 유럽으로 가보겠습니다. 독일을 제외한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내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높은 사망자 수와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영국은 영국혁신기구(UKRI)가 코로나19 대응 연구와 혁신 아이디어를 공모해 건강, 사회, 경제 및 환경에 대한 파급효과에 대처하는 혁신 아이디어를 최장 18개월간 지원할 계획이며, 보건사회복지부(DHSC)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신속 대응 연구에 총 2,000만 파운드(약 303억 원)를 투자하고, 임상시험 성공 시 100만회 분 규모의 대량 백신 생산을 위해 제조 프로세스 개발에 투자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독일의 연방교육연구부는 기존에 진행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최대 1,000만 유로(약 135억 원)를 지원할 계획이며, 연방보건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차단, 백신 및 치료제 개발, 국가 및 국제 위기관리 체계 수립, 보건 교육 및 정보 등에 9,574만 유로(약 1,293억 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독일연구재단의 경우 코로나19와 기타 감염성 미생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의 원인, 결과, 처리, 조기감지, 봉쇄에 관한 연구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고등교육연구혁신부는 코로나19 대응 공공 연구에 5,000만 유로(약 675억 원)를 긴급 지원하고, 임상시험과 백신연구 관련 모든 연구에는 지체 없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인데요. 국가연구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독일 연방교육연구부(BMBF)와 제휴하여 생물학적 위협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럽연합(EU)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EU 예산에서 370억 유로(약 50조 원)를 추가로 할당했는데요. 이밖에 연구ㆍ혁신을 위한 Horizon2020 프로그램의 공중보건 관련 비상연구기금을 통해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4,470만 유로(약 603억 원)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유럽혁신위원회(EIC)는 독일 튀빙겐의 백신 개발 업체인 CureVac에 최대 8,000만 유로(약 1,08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아시아

우리나라와 가까운 아시아의 상황은 어떨까요? 먼저 일본은 문부과학성이 긴급 경제 대책의 일환으로 추경을 통해 2,763억 엔(약 3조 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하고, 감염병 연구 대학병원 지원 등에 101억 엔(약 1,153억 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마스크 수습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일본은 경제산업성에서 마스크 생산을 지원하기 위한 ‘마스크 생산설비 도입 보조금 사업’을 통해 대‧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는 코로나19 대응 연구개발비를 구성하고, 긴급 대응 이슈로 15억 엔(약 170억 원)을 예비비 형태로 보조할 계획입니다. 신종 전염병 즉각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 플랫폼 개발 투자를 위해 추가 보조금 25억 엔(약 285억 원)을 편성했으며, 코로나19 진단장비 개발에 총 30억 엔(약 342억 원)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중국은 국무원을 중심으로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범부처 협동 연구개발 거버넌스를 구축하였으며 과기부가 해당 공동연구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찬사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예방과 치료기술 개발사업을 위해 2029년까지 약 6,240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지난 5월 7일에는 제20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운영위원회를 열고 ‘2021년도 정부 연구개발 투자방향과 기준 수정(안)’을 심의·의결하고, 의약·바이오 산업과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할 유망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포스트 코로나 체제에 대비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코로나19 주요국 R&D 대응 시사점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주요국들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R&D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실행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치료제ㆍ백신 제조 시 부처ㆍ산학연관 협력 연구를 수행하거나, 감염병 관련 바이오기술(BT) 분야에 대한 R&D 예산 확대와 유연한 예산 집행, 슈퍼컴퓨터ㆍ빅데이터 등 계산 기술 고도화를 위한 투자 증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치료제ㆍ백신 긴급 개발을 위한 협업 체계의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중ㆍ장기적 관점에서 바이오ㆍ슈퍼컴퓨터 등 감염병 관련 기술개발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R&D 전략으로의 방향 전환 등의 논의도 필요하겠죠.

코로나19로 인한 K-제약바이오 현주소

그렇다면 우리나라 제약ㆍ바이오 업계의 현 상황은 어떨까요?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인해 많은 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제약ㆍ바이오 산업에 한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면역력 증가를 위한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전염병 확산으로 인해 마스크나 소독제처럼 일부 품목들은 유례없는 호황이 발생하기도 했죠. 또한,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이나 진단 기업은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고, 수액, 소염제, 해열제와 같은 의약품의 처방 증가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제약ㆍ바이오 업계에 주어진 막중한 과제가 아닐 수 없는데요.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주요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요 상장 제약ㆍ바이오 기업 3곳 중 1곳의 R&D 투자규모가 1년 전보다 10% 이상 오르는 등 제약ㆍ바이오 업계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많은 제약ㆍ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라는 새로운 과제는 R&D의 필요성을 더욱 높여주었죠.

다른 산업들처럼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제약ㆍ바이오 업계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성공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나라 제약ㆍ바이오 업계가 세계 시장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먼저 R&D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역량과 연구진을 갖추었지만 협력 생태계의 미흡으로 인해 신속한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산학연관 협력 등 생태계 조성을 통한 신속한 진단키트 개발과 활용 승인 등이 가능했던 것이죠. 또한 현재 대웅제약을 포함한 다수 기업, 기관들이 산학 연구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는데요. 이러한 R&D 협력 생태계의 중요성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 사태를 연이어 겪으면서 느꼈듯이 감염병 토탈 솔루션의 국가 자산화 및 수출 추진이 필요합니다. ① 조사, 방역,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개발 등 직접 대응 ② 감염자 관리, 유입 차단, 의료현장 대응 ③ 확산방지 법ㆍ제도 매뉴얼 등의 운영체계 수립 ④ 예보ㆍ맵기반 방역체계 구축 및 빅데이터 활용 ⑤ AI 기반 지원 및 원격의료체계 도입 분야 등에 있어서 선도적 투자 확대를 통해 이를 경제적ㆍ산업적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대응 전략이 요구됩니다.

지금까지 코로나 펜데믹 시대를 맞아 주요국의 R&D 전망과 시사점을 살펴보았는데요.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현재 당면한 과제해결과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 전략까지 선제적으로 수립한다면, 코로나19 대응에 보여줬던 K-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참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주요국의 COVID-19 R&D 전망과 시사점」 (황인영ㆍ도계훈ㆍ엄익천)
PWC삼일회계법인, 「코로나19의 경제 및 산업 영향 점검」
국회입법조사처, 「외국입법 동향과 분석」 (김준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