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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4
개량신약 제도와 현황
2020.02.04 URL복사


신약은 개발 초기 후보물질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 허가를 받기까지 수십년이 소요되는 아주 긴 여정입니다. 또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비임상 및 임상 시험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죠.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IQVIA(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국에서 임상 1상부터 FDA 승인까지 신약 개발에 걸린 기간은 평균 12.5년인데요. 이는 2017년보다 6개월 더 길고, 2010년 대비 약 26%가 늘어난 기간입니다. 신약개발 성공률 또한 2018년 기준 11.4%로 2017년 보다 낮아졌는데, 이를 통해 신약개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신약개발, 그러나 한국의 제약산업 구조에서는 국내 모든 기업이 신약 개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에서는 ‘개량신약’이 국내 회사들의 돌파구이자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는데요. 본 보고서를 통해 현재 한국의 개량신약에 대한 제도와 성과를 분석하고, 개량신약 연구개발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개량신약의 허가제도

개량신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약산업을 연구중심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국민 건강 증대를 위한 목적으로 2008년에 도입했는데요. 개량신약은 신약이 아닌 의약품이면서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가 필요한 품목인 ‘자료제출의약품’에 속합니다. 그 중에서도 ‘허가의약품에 비해 안전성, 유효성, 유용성이 개선되었거나 의약기술에 있어 진보성이 있다고 식약처장이 인정한 의약품’을 뜻하죠.


개량신약은 신약에 비해 제출해야 하는 자료의 범위가 적고 대부분의 독성시험 자료, 일반 약리시험과 임상시험자료도 일부 면제가 가능한데요. 따라서 신약에 비해 개발부담이 적고 비교적 적은 연구비용과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제네릭 의약품과는 달리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아 특허기간 중에도 출시가 가능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약가 우대 또한 개량신약의 장점 중 하나인데요. 정부에서는 R&D 투자 촉진 및 산업 구조의 선진화를 위해 개량성이 인정된 결과물에 대한 약가 우대 기준을 여러 차례 제도적으로 도입해왔습니다. 이와 같은 개량신약의 허가 및 약가제도의 도입 취지와 내용을 살펴볼 때, 개량신약이 제네릭 위주의 한국 제약 산업 구조에서 활발한 신약개발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량신약의 허가현황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개량신약은 얼마나 될까요? 식약처의 의약품 허가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총 99품목의 개량신약이 허가됐습니다.

이를 유형별로 자세히 보면 ‘새로운 조성(유효성분의 종류 또는 배합비율 변경, 복합제)’에 해당하는 품목 수가 52품목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으로 ‘새로운 제형(용법• 용량 개선, 염 및 제형변경)’에 해당하는 품목 수가 26품목으로 많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새로운 염 또는 이성체로 국내 최초 허가된 의약품’ 6품목, ‘명백히 다른 효능• 효과가 추가된 전문의약품’ 4품목, ‘새로운 투여경로’ 1품목으로 나타났습니다.


‘새로운 조성’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중심의 2제 또는 3제 복합제 개발이 활발한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그 다음으로는 기존 의약품의 투약횟수를 줄여 복약 순응도를 높인 서방정이 포함된 ‘새로운 제형’이 차지하고 있죠. 이 2가지 카테고리는 개량신약이 도입될 때부터 가장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영역으로 현재까지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량신약의 도입효과

개량신약의 도입효과는 산업, 보건당국, 환자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요.


먼저,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개량신약은 다국적 제약사의 수입의약품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이미 시장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의약품을 개량했기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확보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죠.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신약 대비 투입된 시간 및 비용이 적기 때문에 개량신약을 통해 창출된 이익으로 다시 연구개발 비용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신약의 특허 만료 전에 특허를 회피한 개량신약의 개발을 통해 고가의 신약을 대체함으로써 보험재정 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죠. 환자의 입장에서도 용법 및 용량이 개선되거나 부작용이 줄어든 복약편의성이 증대된 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개량신약은 한국의 제약산업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로 포화된 제네릭 시장에서의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개량신약 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허가 신청 시 자료 간소화, 약가 우대 등 정책적 지원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다만 새로운 투여경로와 같이 환자들에게 혜택이 더욱 많은 제품에 대한 우대제도가 미비하여 개발 활성화를 저해하고 있는 업계의 의견도 있습니다.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연구개발 지원과 해외 임상시험에 대한 세제 지원,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 및 품목허가 지원 등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효과적인 개발 유인책을 통해 국내 제약회사들이 개량신약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출처]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 19호
개량신약 제도 및 현황에 관한 고찰 (김진희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원/ 제약산업학과 연구원)